[중국 축구] 一席 YiXi 강연 _재밌는 축구, 즐거운 축구(1)

안녕하세요!

 

이번엔 중국 축구 이야기로 돌아온 번역된 승부처입니다.

 

"축구를 못하면 스포츠 강국이라 할 수 없다(如果足球上不去，不算体育强国)"

 

지난해 말 선임된 중국 신임 쑹카이(宋凱) 중국축구협회 신임 회장이 한 말입니다.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메달권을 휩쓰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만, 중국은 축구에서만은 늘 고전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 사상 처음으로 본선진출한 이후 지금까지도 월드컵 본선진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정권 초기에 '축구 굴기(足球崛起，대규모 축구 부흥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축구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부정부패, 시스템 부재 등의 여러 요인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중국 축구의 내부 사정에 관해서는 다른 포스팅으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하니, 기다려 주세요!)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중국 전, 제스처를 취하는 손흥민 (출처: 스타뉴스)

一席 YiXi

오늘 제가 함께 보려고 가져온 글은 강연의 일부입니다.

미국에 TED가 있고, 한국에 세바시가 있듯이 중국에는 一席(YiXi)라는 강연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미 중국어 학습자분들께는 익숙한 플랫폼일 것 같은데요, YiXi는 유튜브, 팟캐스트에서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30분 내외의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제도 문화예술, 경제, 의료, 환경, 법률 등등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골라 볼 수 있어요.

 

一席(YiXi) 출처: YouTube

 

*강연은 일반 신문 기사보다는 생동감 있는 생활 밀착형 표현을 접할 수 있고, 웨이보, 샤오홍슈 등 SNS 콘텐츠보다는 정제되고 전문적인 표현을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니 처음 들어보신 분들은 중국어 학습에 활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텍스트로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면 구글 또는 바이두에 '一席' 'YiXi' 등으로 검색해 홈페이지에서 스크립트를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재밌는 축구, 즐거운 축구

 

YiXi의 1069번째 연사(2024년 6월)로 나온 자순하오(賈順浩)는 중국의 축구 감독입니다.

자순하오 감독은 1988년생으로, 2024년 4월까지 중국 갑급리그(중국의 2부 리그)에 속하는 헤이룽장ICE-CITY FC(黑龍江冰城足球俱樂部)의 감독직을 맡았고, 2023년 8월 중국에서 방영된 축구 다큐멘터리 3부작 중 하나인 <나는 자순하오다(我叫賈順浩)>에 출연해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자순하오 다큐멘터리 (출처: 펑황체육 凤凰体育)

 

자순하오는 강연에서 유럽 유학 경험과 중국 리그로 돌아와 느낀 점, 감독으로서의 책임과 축구 철학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중국 국가 정책의 변화와 중국 축구를 향한 사람들의 비난, 그리고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서 중국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까지. 중국 축구를 새로운 시각으로, 한층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발췌 번역해 왔습니다.

 

자순하오(賈順浩):
[1] 중국 축구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중국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했으면 하는 염원이 있을 텐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2017년 초 중국으로 돌아가 베이징 궈안(國安) 축구단에 전력 분석관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럽의 유명 축구 감독, 로저 슈미트(Roger Schmidt)를 만났습니다.

[2] 슈미트는 레버쿠젠 감독을 역임했고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리그의 챔피언을 차지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포르투갈 리그의 SL 벤피카 구단의 수장을 맡고 있는 독일 출신 축구 감독입니다. 2017년 슈미트가 베이징 궈안에 부임한 이후 맞이한 첫 경기는 홈구장에서 열리는 광저우 헝다(恒大)전이었습니다. 광저우 헝다 축구단은 당시 중국 슈퍼리그 최강자로,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Luiz Felipe Scolari)가 사령관으로 있었는데, 저희는 그 경기에서 고강도 압박 전술로 2:0의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헝다의 한 선수가 다가오더니 강한 압박에 정신이 혼미했다고 말할 정도였죠.

[3] ‘고강도 압박’이란 상대 진영에서 상대를 최대한 강하게 압박해 볼 소유권을 탈취한 후 빠르게 반격하는 전술입니다. 이 전술은 선수의 수준 높은 컨트롤을 요구하며, 당시만 해도 광저우 헝다를 상대로 이런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구단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내내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여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저는 전에도 이런 강한 스타일의 감독을 좋아했지만, 슈미트와 함께 일하면서 전술 시스템, 훈련 방식, 축구를 대하는 자세 등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느꼈습니다. 고강도 압박만 해도, 이전에는 중국 축구는 체력과 테크닉이 부족해 고강도 압박을 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슈미트는 중국 선수들도 고강도 압박 전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4] 그 몇 년의 시간은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운 좋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중국 축구 산업은 ‘황금기’를 맞아 거대 자본이 유입되었고, 각 구단은 그 돈으로 많은 대형 선수, 스타 감독과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첼로 리피(Marcello Romeo Lippi), 스콜라리, 슈미트, 라파엘 베니테스(Rafael Benítez Maudes) 등의 스타 감독들과 오스카(Oscar), 마레크 함시크(Marek Hamsik), 야닉 카라스코(Yannick Carrasco) 등, 과거 CCTV-5(중국 공영방송 CCTV의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나 봤던 쟁쟁한 스타들이 중국 슈퍼리그로 건너왔습니다.

[5] 한번 상상해보세요. 20년 전 베니테스가 리버풀 FC를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었을 당시 저는 겨우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제 바로 옆 사무실에 앉아있고, 문만 두드리면 언제든 훈련이나 일상, 축구선수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겁니다. 그 시기 저는 행복에 푹 잠겨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6] 베니테스는 매사 디테일에 집착하는 ‘전술 광인’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매 순간 그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는 훈련 전 축구화로 갈아 신는 그 몇 분 동안에도 아무렇지 않게 “순하오, 어제 경기 봤어? 전반 몇 분에 평소와 다른 압박 전술을 썼던데, 어떻게 생각해?”하는 식의 질문들을 건넸습니다. 저는 그의 수준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맡고 있던 업무는 상대팀 전술 분석이었는데, 저는 매번 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30여 분 상당의 영상을 편집해 갔습니다. 선수 라인업, 진영, 전술, 세트 플레이, 페널티킥 담당 키커의 습관, 오프 더 볼 움직임, 예상 로테이션 심지어는 상대 감독의 성격과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 등등.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을 분석해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7] 보고서를 베니테스에게 가져가자 그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도 5~6명이 함께하는 분량의 분석 작업을 저 혼자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는 그의 반응이 기쁘면서도 그것을 저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더 높은 요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제 기준으로는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죠. 이 일에는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지만, 압도적인 천부적 재능이 없더라도 성실함과 노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시기의 경험을 통해 더 큰 도전에 뛰어들 자신감이 생겼고, 머지않아 도전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자순하오의 분석 자료와 학창시절에 했던 스크랩에 받은 베니테스의 사인 (출처: YiXi 홈페이지)

 

아래는 원문 발췌본입니다:)

[1] 可能每个搞足球的人心里都有个中国足球冲出亚洲的梦想吧，我也不例外，所以2017年初我回国加盟了北京国安队，成了一线队的一名技术分析师，在那儿遇到了一位著名的欧洲教练，罗格·施密特。

[2] 施密特是德国人，带过勒沃库森，拿过奥地利联赛冠军，现在是葡超球队本菲卡的主教练。 2017年他来到国安的第一场比赛，是在主场面对广州恒大。广州恒大是当时联赛的领头羊，他们的主教练是曾经带领巴西队拿到世界杯冠军的斯科拉里。 就在那场比赛里，我们靠着高位压迫以2:0获胜。比赛结束后，恒大的队员过来跟我说，让你们压得头都抬不起来。

[3] 所谓高位压迫，就是要在对方半场尽可能快速逼抢，获得球权后就地发起反击。这种打法对球员的要求非常高，而且当时并不是所有球队跟恒大都会这么踢。但我们踢了90分钟，还把比赛赢了下来。 我以前就一直很喜欢这类风格的教练，但跟施密特一起共事之后，他的战术体系、训练方式，他对足球的一些思考，都给我打开了新世界的大门。 就比如高位压迫，以前大家觉得我们体能不行、能力不够，踢不了。但施密特告诉我，中国球员可以踢高位压迫。他的到来让很多人意识到，我们可以做一些以前觉得自己做不到的事。

[4] 那几年对我来说非常幸运，正好赶上“金元足球“时期，大量的资本和金钱投入，使得各家俱乐部可以签下很多大牌球员和教练，里皮、斯科拉里、施密特、贝尼特斯；球员就有奥斯卡、哈姆西克、卡拉斯科等等这些以前在中央5台见到的人。

[5] 想象一下，贝尼特斯20年前带领利物浦拿欧冠冠军的时候我还是个中学生，而现在他就在我隔壁办公室，敲敲门进去，就可以跟他聊训练、聊生活、聊球员，这让当时的我沉浸在巨大的幸福里。

[6] 贝尼特斯是一位对很多事情吹毛求疵的战术狂人，我几乎每一天都能从他身上获得养分——哪怕是训练前换鞋的几分钟，他都会不经意地问我：顺浩，昨天的比赛你看了吗？第几分钟他们改变了平时的压迫方式，和以前不一样。 为了达到他的要求，我开始疯狂地“卷“自己。那时我负责做对手分析，每次会完成一个20多页的报告，再加一个三十多分钟的视频剪辑。这个报告包括所有你能想到的内容，人员情况、阵型、打法、定位球套路、点球罚球手和习惯、轮换跑位、可能的换人，甚至连对方主教练的性格、新闻发布会上说了什么都有。

[7] 我把这些拿给贝尼特斯的时候，他非常惊讶，他说这些工作在英国都是一个团队五六个人完成的，但你自己一个人就做了。我非常高兴，把这当作一种肯定，也当成是一种更高的要求。 对我来说，这些东西已经满足不了我了。这份工作需要一些天赋，但在没有绝对天赋碾压的情况下，我要求自己足够勤奋和努力也是可以做到的。 这些经历，给了我足够的信心去尝试更大的挑战，很快，挑战的机会来了。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